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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호흡–선혜원’ 전시 완전 리뷰|한옥과 현대미술의 만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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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호흡–선혜원’ 전시 완전 리뷰|한옥과 현대미술의 만남”

Atlas Navigator 2025. 9. 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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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ODO MUSEUM

전통과 현대가 흔들리는 그 순간: 김수자 ‘호흡–선혜원’ 전시를 가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9월의 서울, 북촌 골목에 자리한 고즈넉한 한옥 ‘선혜원(鮮慧院)’은 여느 날과 달라 보입니다. SK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사저로 지어진 이 한옥이, 지난 2025년 4월부터 대중에게 열린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10년 만의 서울 개인전, “호흡–선혜원”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김수자(b.1957)가 전통 건축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호흡”이란 무엇인가: 거울로 만드는 공간의 확장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한옥의 중심 공간인 경흥각의 바닥 전체를 거울로 덮은 설치작품 호흡–선혜원(2025)이 있습니다.

거울은 한옥 천장, 서까래, 그리고 관람객의 모습까지 담아내며, 실제와 반영이 뒤섞이는 초현실적 풍경을 펼쳐냅니다.

 

마치 한옥의 위와 아래가 뒤엉킨 듯한 환상적인 경험은 말 그대로 “황홀한 순간”입니다.

김수자는 “선혜원이 또 다른 보따리 같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적 단서가 됩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거울은 모든 것을 반영하지만 나 자신은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거울 설치 작품은 관객을 작품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관객 자신이 공간의 일부가 되는 듯한 새로운 참여의 예술을 완성합니다.

‘보따리’가 전하는 감각의 연속체

전시는 거울 설치 외에도 한옥 곳곳에 배치된 총 4개 작품, 11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로비에서는 ‘연역적 오브제–보따리’(2023)가 관객을 맞이합니다. 이는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하는 백자 형태로, 독일의 마이센 도자기와 협업한 작품입니다.

내부의 비어있는 공간은 정체성과 존재에 대해 숙고하게 만들고, 그 형태 자체는 논리적 사고의 시각화로 기능합니다.

같은 재료로 제작된 ‘땅에 바느질하기: 보이지 않는 바늘, 보이지 않는 실’(2023)은 말 그대로 마르지 않은 백자토에 바늘을 수없이 꽂아 만든 평면 작품입니다.

 

관객은 이러한 질감과 빛의 흐름을 마주하면서, 행위의 흔적과 시간의 흐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지하 1층 삼청원에는 김수자의 대표 연작 ‘보따리’(2022)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이주와 디아스포라, 삶의 흔적을 은유합니다.

과거와 현재, 공간과 존재가 합류하는 명상의 장

김수자는 “숨 쉬는 순간이야말로 내가 존재하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이 전시의 ‘호흡’은 마치 그런 순간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며, 관객 스스로 공간과 시간의 교차점에 서게 합니다.

또한 이 전시는 2025년 ‘프리즈 서울’ 기간에 ‘삼청나잇’이라는 야간 개방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한옥의 낮과 밤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한옥과 예술이 어우러진 야간 풍경은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몰입감을 줍니다.

예술과 건축이 손잡는 순간

김수자의 ‘호흡–선혜원’ 전시는 단순한 미술 전시를 넘어, 한옥이라는 전통 건축물과 현대 예술의 깊이 있는 대화의 장입니다. 전통과 현대, 형태와 관객, 현실과 허상 사이를 잇는 이 공간은, 미술을 즐기는 방식을 넘어, 관람객의 존재와 기억을 사유하게끔 하는 장이 됩니다.

 

무료 관람(단, 네이버 예약 필요)이며, 2025년 9월 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열립니다. 가을 정취 가득한 북촌 산책과 함께라면 더욱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입니다.

 

 

요약 포인트

항목 내용
전시 제목 ‘호흡–선혜원’ (김수자, 2025)
장소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옥 ‘선혜원’
기간 2025.9.3 ~ 10.19 (무료, 네이버 예약 필수)
주요 작품 경흥각 바닥 거울 설치 ‘호흡’, 보따리 시리즈 등 총 11점
특징 관객이 공간의 일부가 되는 몰입형 설치 미술과 한옥의 조화
하이라이트 프리즈 서울 기간의 ‘삼청나잇’ 야간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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