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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년 만의 귀환, 창덕궁 벽화가 깨어나다!"

Atlas Navigator 2025. 9. 1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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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립고궁박관

 

 

창덕궁의 근사한 벽화, 105년 만의 귀환

창덕궁은 조선의 숨결이 서린 궁궐로, 그 속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예술적 보물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1917년 화재로 소실된 후, 1920년대에 재건된 내전(內殿) 공간에 남겨진 6점의 대형 벽화는 조선왕실의 마지막 예술혼이 담긴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 벽화들이 무려 105년 만에 일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은 단순한 전시 이상의 감동을 안겨줍니다.

 

 

왕실의 품격을 예술로 되살리다

 

1917년 화재로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 등 창덕궁 내전 주요 건물이 소실된 이후, 3년에 걸쳐 내전이 재건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황실의 생활공간을 다시 꾸미기 위해 왕실 화가와 근대 화가들이 힘을 합쳐 총 여섯 점의 부벽화(비단에 그린 후 종이에 배접)를 제작하였죠. 이 벽화들은 각각 높이 180~214cm, 너비 525~882cm에 달하는 대형 크기로, 궁궐 내부를 장식하며 황실의 위엄을 예술로 표현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근사(謹寫)라는 서명, 예술가의 자의식

이 벽화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작가들이 그림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삼가 그린다'는 뜻의 '근사(謹寫)'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이는 조선 후기까지 이어지던 익명의 궁중화 방식에서 벗어나, 화가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근대 회화적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당시의 화가들은 단순히 의뢰받은 장식화가 아닌, 자신의 예술적 관점을 담아내는 작가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주죠.

 

벽화 하나하나가 전하는 의미

 

희정당의 금강산 그림

 

희정당에는 해강 김규진이 그린 총석정절경도금강산만물초승경도가 걸려 있습니다. 그는 직접 금강산을 여행하며 스케치한 그림을 바탕으로,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전통 궁중화에서는 드물게 자연의 절경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벽화들은 근대적 감성과 애국심이 녹아든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조전의 봉황과 학

대조전에는 봉황도백학도가 각각 오일영, 이용우, 김은호 등의 화가에 의해 그려졌습니다.

봉황은 길상과 고귀함의 상징으로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며, 백학은 장수와 평화를 의미합니다.

특히 김은호는 훗날 어진화사로도 활동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제작한 백학도의 초본도 함께 소개되어 화제였습니다.

경훈각의 신선 세계

경훈각에는 노수현의 조일선관도와 이상범의 삼선관파도가 걸려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선인과 신선의 세계를 묘사하며, 황실의 평안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 벽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징성과 정서적 울림으로 왕실의 이상과 가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105년 만의 전시, '근사한 벽화'와의 재회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2025년 8월부터 "창덕궁의 근사한 벽화" 특별전을 개최하며, 이 6점의 벽화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아 일반 관객에게 공개했습니다. 지금까지 낱개로 분산 보관되거나 비공개로 보존되었던 작품들이 한 공간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시회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전시장에서는 단순한 원화 전시를 넘어,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체험 콘텐츠도 함께 제공됩니다. ‘근사한 벽화, 다시 깨어나다’라는 미디어아트는 금강산의 사계, 봉황의 비상, 선계의 바람 등을 생생한 영상으로 재현하여 전통과 현대의 감성을 오가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관람 꿀팁: 해설과 체험을 놓치지 마세요!

전시 기간 동안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전문 해설사의 안내로 한국어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각 벽화에 담긴 상징, 제작 비화, 작가들의 이야기 등을 풍부하게 들을 수 있어 단순 관람 이상의 의미를 느낄 수 있죠.

 

또한, 관람객은 전시장의 디지털 체험 부스에서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인물을 컬러링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인터랙티브 체험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창덕궁 벽화는 단순한 미술작품을 넘어, 조선 황실의 문화적 품격과 근대 회화의 전환기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105년 전의 숨결이 오늘날의 기술과 만나 되살아나는 이 전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통로와도 같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예술이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느끼며 계승해 나가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아직 관람하지 않으셨다면, 가을이 깊어지기 전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세요.

 

100년 전 화가들이 ‘근사히’ 담아낸 그 찬란한 순간을, 지금 바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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