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0. 23:40ㆍ영화
1. 초록빛 피부와 세상의 시선
초록빛 피부를 가진 엘파바. 그녀의 이야기는 태어남과 동시에 시작된 세상이 주는 낙인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초록 피부를 이상하고 두렵게 여겼습니다. 낯선 존재를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배척이 엘파바를 둘러싼 세계를 차갑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 밖에 서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엘파바는 세상의 차별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고립된 세계 속에서 강인함을 길렀고, 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는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여정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그녀와 대조적인 인물인 글린다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글린다는 엘파바와 달랐습니다. 금발 머리에 화려한 외모와, 누구나 사랑하는 태도를 가진 그녀는 세상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두 주인공을 단순히 선과 악, 혹은 강자와 약자로만 묘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서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한계를 인식해 나갔습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초록빛 피부가 가진 차별의 무게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세상을 단순화하고, 한 사람을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지어 버리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출발했지만, 진실을 향해 나가는 두 여인의 내적 투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2. 에메랄드 시티의 빛과 그림자
영화 속 에메랄드 시티는 꿈과 욕망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찬란한 금빛과 초록빛으로 물든 이 도시는 마치 모두가 이상향으로 여기는 곳처럼 묘사됩니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위선과 거짓이 숨어져 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가 이끌어가는 이 도시는 허상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그런 세계입니다.
엘파바는 이 도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 하지만, 도시의 위선과 맞서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부르는 “Defying Gravity”는 영화의 정점으로, 그녀의 모든 고뇌와 자유를 향한 외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초록빛 피부는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글린다의 경우에 있어서, 에메랄드 시티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 도시의 화려함과 사랑을 누리는 중심에 서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그녀 또한 엘파바를 통해 이 도시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그곳에서도 글린다는 자신이 누리는 사랑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속 음악과 시각적 연출은 이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나갑니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노래는 단순한 선율을 넘어 두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 도구였습니다. 화려한 도시의 장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허상을 보게 되면서 우리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3. 마녀와 요정, 그들의 선택
세상은 엘파바를 마녀라고 부르고, 글린다를 요정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이름들은 그들의 본질을 설명하는 데는 너무나 불완전한 것이었습니다. 엘파바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했을 뿐인데, 세상은 그녀를 두려워하며 악으로 몰아갔습니다. 글린다는 세상의 기대 속에서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 안에서 점점 자신의 모습을 잃어갔습니다.
이 영화는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엘파바는 자신의 신념과 진실을 위해 싸우며, 글린다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성장하게 됩니다. 이제 두 주인공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진실과 마주하고, 세상이 씌운 가면을 과감하게 벗어던집니다.
결국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믿는 선과 악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것입니까?
우리가 보고 있는 진실은 우리의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만들어준 허상입니까?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때로 엘파바처럼 세상에 맞서야 하고, 때로 글린다처럼 세상의 기대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진실을 찾으려는 여정은 멈추지 않습니다.
엘파바의 초록빛 피부는 더 이상 그녀를 정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의 기준을 넘어서겠다는 그녀의 선언이며, 자유와 진실을 향한 우리의 초대입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은수녀들, 신앙과 이성갈등, 오컬트 (0) | 2025.02.03 |
---|---|
페르디난드(2018), 애니메이션, 감동영화 (2) | 2025.01.23 |
글래디에이터 2, 압도적 스케일 액션 영화 (0) | 2025.01.20 |
하얼빈(2024), 액션, 스릴러, 시대극 (2) | 2025.01.20 |
인스터텔라, 인간의 존재의미와 가치 (2) | 2025.01.20 |